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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11-16 13:42
제4회 작가와의 대화 : 조혜영 시인의 시모음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1,551  

작가와의 대화 조혜영 시모음

 

검지에 핀 꽃

 

감자 썰다 검지에서 피 뚝 떨어진다

아리다

 

한 시절 아리게 산 적 있었지

하얀 광목천에

검지를 갈라 노동해방을 쓰고

한번은 검지를 깊게 베어

원직복직을 외치며 혈서를 썼는데.

 

지금 그 검지에서

붉은 피 뚝뚝 떨어진다

하염없이 피가 흐르고

도마를 타고 싱크대로 흘러가는데

옹이 박힌 손끝에서 꽃망울 터진다

 

나는 지금 무어라고 쓰고 싶다

한번 꽃처럼 피어

가슴 깊은 상처를 다시 남기고 싶다

 

언덕 위의 그 방

 

언덕위에 그 방 사글셋방

정거장 가는 길은 가파르다

송림4동 철탑 밑의 작은 내 방

동화책 만한 창문으로 새어나오는

침침한 형광등 불빛

마른 장작 같은 나무대문

15년 만에 찾아와

나를 만난다

야근하고 돌아와 라면 끓이던

번개탄으로 붙 붙이면 새벽녘에야

언몸 달래주던 그 방

숨죽여 노동법과 역사를 토론하던 방

선배의 눈빛에 마음 주다

반성문 쓰며 울었던 방

노조를 만들던 날

동료들과 부둥켜안은 방

스무살 더듬이가 유난히 빛을 내며

숨고르기 벅찼던 그곳

구멍가게 막걸리 좌판도

철물집 할아버지도 모두 여전한데
사글셋방 남겨놓고
나만 멀리 떠났구나

편견

-노동시

 

노동과 시를 바라보는 눈에도

질적인 차이가 있는 게야

노동현장에서 일하며 줄곧

시를 써온 한 시인에게

유명한 평론가에 교수는

일하면서 시 쓰기는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며

시 쓰는 일과 노동자의 삶은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다고 감탄 연발이다

 

여전히 노동하며

시 쓰기를 계속하고 있는 시인에게

평론가에 교수는

이 시대의 진정한 노동자 시인이라고

칭찬이 아깝지 않은데

노동하며 밥 먹고

노동하며 연애하고

노동하며 새끼 낳고

노동하며 노래 부르고

노동하며 시 쓰는 게 뭐 대수냐 싶은데

 

노동을 모르고 시를 쓰고

노동도 없이 먹고 싸는 부류가 너무 많아

노동하며 시 쓰는 아주 평범한 시인은

시집 한 권으로 평론가 교수를

감동시키고 있구나

 

노동하며 시를 쓴다는 이유 하나로

 

뜬모를 하다가

 

산그늘 짙게 깔린

모내기 끝난 논에서

뜬모를 하다가

땅에 붙박이지 못하고

물 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