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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4-14 16:15
팽목항으로 보내는 편지
 글쓴이 : 문계봉
조회 : 2,426  

팽목항으로 보내는 편지

창졸간에 혈육을 잃은 유족들에게

 

하늘이 사람을 버리고, 사람이 사람을 버리고, 최후로 사람이 하늘을 버린 그날 이후, 막 피기 시작하는 봄꽃들 속에서 사람의 소리로 우는 새들과 단조(短調)로 부는 바람 속에서 꽃들조차 서둘러 봄을 버렸습니다. 그리고 잔인한 세월이 흘렀습니다. 바보 같은 어른들의 무딘 가슴에 힐난과 질책의 대못을 꽝꽝 박으며 시간은 흐르고 흘렀습니다. 애먼 부모들의 눈물과 분노 속에서, 잊고 싶지만 잊을 수 없는, 아니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시간은 갔고, 가고 갈 것입니다. 무능한 권력과 파렴치한 자본과 함량미달의 언론과 돌처럼 딱딱한 심장을 가진 이 땅의 어른들, 그들이 짓는 가증스런 웃음과 오늘도 무사한 그들의 안온한 식탁과 편한 잠자리와 습관처럼 내뱉는 거짓말 위로 잔인한 시간은 천연덕스럽게 흘렀습니다. 슬픔과 분노, 미안함과 무력감, 두려움과 치욕 속에서 시간은 제멋대로 잘도 흘렀습니다. 그리고 그날 이후 잠을 잘 때도 밥을 먹을 때에도 심지어는 길을 걷다가도 문득문득 환영에 시달립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일찍, 조금만 성의를 가지고 서둘렀더라면 살려낼 수 있었던 우리 아이들……. 그런데 문제는 수백의 꽃다운 목숨들이 사라져갔는데도 책임 있는 사과와 반성을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아니 반성과 사과는 커녕 진실을 가리기에만 혈안이 되어 온갖 조작과 은폐만을 일삼았던 냉혈의 대통령과 그의 주구들, 그리고 사이비 기자들과 더러운 악덕 자본가들을 기억합니다. 도대체 그들을 어찌 용서할 수 있을까요. 생각하면 가슴이 아리고 분통이 터집니다. 하지만 이렇게 가슴만 치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겠지요. 아이들을 마음속에서나마 되살려내는 길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끝까지 싸우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만이 아이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다짐이자 약속이고 실천이자 용서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일 것입니다.

 

저도 아이를 군대 보낸 아비의 입장입니다. 돌아올 기약이 있는 기다림조차도 바람이 불거나 비 내릴 때면 문득 찾아드는 그리움으로 가슴이 먹먹해지곤 하는데, 1년 가까이 돌아올 수 없는 혈육을 기다리는 유족들의 마음이야 말해 무엇 할까요. 그 헛헛한 가슴과 애끓는 그리움과 분노의 마음을 어떻게, 무슨 말로 위로할 수 있을까요. 고작 우리는 팽목항을 방문하고, 비정한 바다만 바라보다가 돌아오거나 이렇듯 몇 줄의 편지만을 쓸 뿐입니다. 죄송합니다. 저의 무력함을 용서하세요. 하지만 뜨겁게 부여잡는 손길과 이 알량한 편지가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앞으로 마음에 단단히 새기고 그날, 그 시간과 그 절망과 그 슬픔과 그 분노를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힘내세요. 가족 여러분. 여러분은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걸 기억해 주세요. 잠을 잘 때도 밥을 먹을 때도 길을 갈 때도 이를 닦을 때도, 사소한 술판에서도 사람들과의 만남에서도 결코 아이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봄날 다시금 환한 모습으로 이곳을 찾아와 분분한 꽃잎으로 세상에 가득할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제 시간과 제 마음의 일부를 여러분께 드립니다. 성훈 삼촌,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부디 힘내시고 건강 잃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조만간 다시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실종자는 찾아내고 세월호는 인양하라!

 인천작가회의 문계봉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