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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4-14 16:06
예술가들이여, 저항하라
 글쓴이 : 문계봉
조회 : 2,542  
저항을 준비하는 현장의 예술가들에게

2014년 4월 16우리는 집단적으로 엄청난 정신적 외상(Trauma)을 갖게 되었다수치와 속도로 타산되어지는 자본의 물신(物神앞에 미처 피어보지도 못한 어린 생명들을 포함하여 수백 명의 목숨들을 바쳐야 했기 때문이다누군가가 대한민국의 역사는 2014년 4월 16일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그 외상의 강도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도저한 것이었다그러나 사건 발생 후 4달이 지났지만 상처가 아물기는커녕 공공의 가해자들에 의해 자행되는 온갖 마타도어와 면피를 위한 왜곡과 은폐로 인해 그 상처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는 형국이다유가족들은 여전히 생사를 넘나들며 단식을 벌이고 있고국가적 살인을 저지른 가해 주체들은 정국 반전을 위해 집요한 공작을 진행하고 있다한마디로 대한민국은 현재 한숨과 눈물과 분노와 절망의헤어날 수 없는 개미지옥 속에 있다고 하겠다.그리고 이러한 미증유의 현장 속에 예술가들이 있었고그리고 있다.

 

본디 인간은 예술을 통해 세상의 본질을 발견하게 되고그렇게 발견된 본질 속에 담긴 아름다움을 다양한 형식을 통해 구현하는 것이다현실을 살아가는 인간들은 예술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도 하고세상의 부조리를 읽어내기도 하며그 모든 부조리불의와의 싸움을 시도함으로써 자신의 삶은 물론 세계를 보다 아름답게 만드는 법이다그런 의미에서 예술은 세상과의 적극적인 소통이자 부딪침의 행위이며 자신의 존재의의를 확인하는 창의적인 활동일 수밖에 없다따라서 예술가는 시대정신을 누구보다 먼저 읽어내야 하는 것이며그 정신의 구현을 위한 적극적이고도 창의적인 실천의 주체여야 한다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세월 호 사건이 발생했을 때허다한 정치 세력들의 발 빠른 움직임과는 별개로 예술가들이 우선적으로 자신들의 몸을 쓰기’ 시작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다.

 

문학가들은 글로써가수는 노래로써화가들은 그림으로써무용가들과 연극인들은 그들의 몸을 사용하여 세월 호 사건의 진실을 알리고 유가족들의 슬픔을 위무하기 시작했던 것이다한국작가회의의 경우 한겨레신문을 통해 세월 호 추모시를 계속적으로 게재했고연일 개최되는 집회와 문화제에서 분노한 국민들과 유족들 앞에서 그들의 시를 낭송했다화가들은 거리로 나와 그들의 그림을 통해 세월 호 사건의 진실을 알리기 시작했다그들의 작업은 한 편으로는 먼저 스러져간 영혼들을 위한 진혼과 추모의 형태로 진행되었고또 한 편으로는 가해자인 자본과 권력을 비판 하고 풍자하는 작업의 형태로 나타났다가수들의 경우가장 직접적으로 현장의 시민과 결합할 수 있는현장성이라는 강력한 장르적 무기를 앞세워 열정적으로 아픔을 노래했고분노를 표출했으며 시민들의 마음을 격동시켰다다양한 장르허다한 예술가들의 이러한 실천은 집회와 시위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유족들은 물론이고순수하게 추모의 마음을 가지고 거리로 나온 시민들에게 보다 거부감 없이 해당 사안들을 알리고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다소 낯설고 생경한 정치적 성격의 집회보다는 예술인들의 문화제가 감성을 훨씬 용이하게 격동시킬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예술가들의 이러한 전방위적 실천은 사실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생각해 보면조국과 민중이 암울한 상황에 빠져있을 때상처 입은 민중들을 위로하고 해당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예술가들의 저항은 언제나 있어왔다멀리 갈 것 없이 한국현대사 속에서만 찾아봐도 그러한 모습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문학의 경우일제 치하의 암울한 상황 속에서 목숨을 내걸고 저항하며 조국광복을 희원했던 많은 시인과 작가들을 우리는 알고 있다. ‘님의 침묵의 한용운과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이상화그리고 광야의 이육사, ‘서시의 윤동주 등등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지 않은가자유당 시절혁명의 고독함과 희생을 노래했던 김수영의 시 푸른 하늘을’ 속에 담긴 예술가의 고뇌와 의지를 생각해 보라.

 

유신 시대에 와서는 실천의 강도가 한층 강렬해지기도 했는데문학의 경우 숱한 필화사건과 작가들의 구금과 수배,그리고 화가들의 경우 그림 압수와 전시 방해 등은 바로 예술가들의 실천의 강도를 역으로 반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그리고 80년 광주 항쟁과 87년 6월 항쟁을 거치며 현장에서거리에서 만나 왔던 시와 그림과 노래와 무용과 연극과 마당극과 사진들을 기억해 보라그 모든 예술가들의 작가적 실천은 그 어떤 정치가의 선동과 팸플릿보다 더욱 강렬하고 절실하게 대중들의 가슴에 현실의 문제를 각인시켰고 그 극복의지를 추동해냈으리라는 것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2014년 여름예술가들의 실천은 바로 그러한 선배 예술가들의 앞선 실천을 계승하고 자신들의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되묻는 과정에 다름 아니었을 것이다. ‘살아 움직이며 실천하는’ 예술가들의 진정한 실천과 고민은 바로 자신이 발 딛고 있는 현실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켜 준 계기였다는 말이다.

 

다만이제 이 시점에서는 슬픔과 분노를 넘어 잘못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지속적인 실천과 힘의 결집이 필요하다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쉽게 끝날 싸움이 아니라면 아군의 동력과 전략 전술도 보다 세밀하고 공고하게 다듬어져야하기 때문이다매번 발생하는 긴박한 상황에 공세적으로 응전하는 순발력기동력도 필요하지만 적들의 지공(遲攻)을 견디며 최후의 승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내공 있는 조직과 프로그램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그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많은 예술가들의 실천(싸움)은 지레 지치거나 자족적 활동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따라서 아직은 세월 호 관련 예술가연대 테이블 혹은 공투위가 조직되어 있지는 않지만힘의 결집과 산개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조직적 연대실천의 가능성을 적극 모색해 봐야 할 것이다동시에 동력이 떨어질 수도 있는 예술가들을 일상적이고도 지속적인 실천의 단위로 모아내기 위한 고민도 아울러 진행해야 할 시점에 우리는 있다.

 

인천의 경우바로 그러한 고민의 결과물로서 <인천문화예술행동-리멤버0416>을 조직해 자체적으로 문화제를 진행해가고 있는 있는데아직은 기대만큼의 동력이 붙고 있진 않지만 향후 지속적인 실천의 한 모형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다특정한 사안이 발생했을 때만 일시적으로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의 실천시민들과 함께 하는 낮은 차원의 지속적인 문화프로그램의 개발은 예술과 삶을 분리할 수 없는 실천적’ 예술가들에게는 매우 시급하고도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그러한 실천을 통해 시민들과의 소통의 접점을 넓히고그 소통의 과정에서 예술가 스스로도 창작의 동력을 창출하는 변증법적인 관계 그것이 바로 인천문화예술행동과 같은 작은 단위의 실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의미들일 것이다.

 

아직도 상황은 어둡다수백 명의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파렴치한 권력과 반문화적인 자본이 엄존하고그들의 나팔수인 어용언론들이 횡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이러한 때에 과연 예술가들은 역사적 주체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작가적 양심의 수호와 예술적 성취를 동시에 획득하기 위해 무엇을 보고어디에 발을 디뎌야 할 것인가를 아프게 고민해야 할 때인 것이다한 나라의 예술가들이 목전의 질곡들을 외면한 채 자족적인 골방예술가로 전락하게 될 때우리의 미래는 없는 것이고만인을 감동하게 하고 후세에 귀감이 될 만한 예술의 탄생은 요원할 것이기 때문이다권력은 유한(有限)하나 예술은 영원한 것이라는 언명을 새삼 생각해보는 2014년의 여름이다망국(亡國)의 예술가여패퇴한 전선의 스산함을 맛보지 않으려면 굴레와 벽을 향해 저항또 저항하라!


인천작가회의 지회장 문계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