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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2-26 18:44
결코 "안녕하지 못한 현실"에 대한 소회
 글쓴이 : 문계봉
조회 : 2,763  

요즘 고려대학교 학생이 학내 게시판에 육필로 써서 올린 대자보 안녕들 하십니까?”에 대한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해당 대자보가 게시되었을 때만 해도 심지 깊은 학생 한 명의 의협심과 충정이라고만 생각했던 이 사안이 시간이 지나면서 고등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안녕하지 못한 사연을 릴레이식으로 올리기 시작했고, 심지어 안녕하지 못한 이유를 성토하는 집회로까지 이어지는 형국이 되었다. 웃지 않을 수 없는 일은 수구 세력들도 자기들의 행동대원 격인 청년 전위대를 동원하여 시국을 걱정하는 앞서의 대자보들을 훼손하고, 정권을 옹호하는 내용의 반박대자보를 사례비를 제공하면서까지 공개적으로 모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발상의 천박함과 내용의 유치함에는 실소를 금할 수 없지만,어쨌든 시국을 걱정하는 한 학생의 대자보가 이렇듯 큰 반향을 일으키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평범한 시민들을 이렇게 화나게 만든 것이며, 어린 고등학생들조차 대자보를 쓰며 시국을 성토하게 만들었던 것일까? 그것은 바로 현 정권의 안하무인식 정치 행태와 유신시대로의 회귀를 공공연하게 선언하고 있는 퇴행적 사고방식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현대문학이라는 국내 유수의 문예지에서 일어났던 일종의 필화(筆禍)’ 사건은 현 정권의 반동적퇴행적 사고가 얼마나 위험천만한 수준인가를 만천하에 확인시킨 상징적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원로 작가 이제하 선생과 서정인 선생, 정찬 선생 등의 작품이 유신 ‘6월 항쟁이란 단어가 들어갔고, 박정희 정권에 대한 비판적인 표현이 몇 군데 보였다는 이유로 해당 잡지의 편집 주간으로부터 연재 거부를 통보받았던 것이다. 올 초 박근혜 대통령의 수필을 게재하고, 이태동 교수의 글을 통해 낯간지러운 칭찬 일색의 비평을 게재했던 현대문학으로서는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는 일이었다. 이후 많은 작가들이 청탁 및 수록 거부를 결의하고 몇몇 젊은 작가들의 경우에는 자신들이 받은 현대문학상을 거부하는 사태까지 벌어지자 결국 현대문학 측에선 사과문을 발표하고 편집진을 교체하는 등 사후약방문 식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문단과 지식인 사회의 분노는 아직 가지지 않고 있다.
물론 이것은 정권의 문제가 아니라 해당 잡지사측의 알아서 엎드린 결과가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순수한 문학잡지조차 정권의 눈치 보기를 일삼고 반문화적 검열을 하게 만든 건 박근혜 정부가 지속적으로 보여준 일련의 퇴행적 조치들 때문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자신의 비서실장으로 초원 복집 사건으로 유명한 유신 잔재 세력이자 퇴물 정치인인 김기춘을 임명할 때부터 조짐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후 국가 기간산업이라 할 수 있는 철도를 민영화하고 영리병원을 허가하는 등 친()자본가적 정책은 밀어붙이면서도 밀양송전탑 건설 반대나 강정마을 보존을 위한 주민들의 시위는 공권력을 동원해 무지막지하게 탄압해 온 현 정권의 독선적 행태는, 이미 공약의 파기는 물론 주관 없는 정책의 집행, 그리고 가진 자 위주의 세제 개편 및 관변단체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까지 전 방위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현 정권의 반시민적, 반노동적, 반문화적 행보는 마치 브레이크가 파열된 폭주기관차처럼 막무가내로 진행되어 왔던 것이다. 이런 상황들이 결국 시민들의 불안과 분노를 증폭시킨 근본적 원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름지기 평범한 시민들을 가두로 불러내는 사회는 불안하고 부조리한 사회가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어린 학생들까지 해당 사회에 대해 불안과 불만을 느끼고 있다면 권력의 종말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어느 시기나 보수와 반동적 흐름들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균형이다. 수구(守舊)가 건강한 보수(保守)가 되지 못한 채 혁신은 그렇다하더라도 개량의 흐름조차 용인하지 못하고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모든 사람(여기에는 평범한 시민들도 포함된다.)들을 적으로 상정하며 폭력적으로 자신들의 생각을 관철하려 할 때, 그 정권이 종언을 고할 날은 그리 멀지 않았음을 우리는 안다.
지금 대다수 국민들은 너무도 힘들다. 힘들기 때문에 자신들의 고통을 나눠주길 기대했던 것인데, 박근혜 정부는 그 기대를 배신했고, 국민들의 박탈감은 임계점까지 이른 것이다. 어리석은 통치자와 그에게 아부하며 지록위마(指鹿爲馬)의 권력을 휘두르는 시대착오적인 정치인들로 인해 선량한 국민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은 너무도 참담하다.
전대미문(前代未聞)의 퇴행, 전무후무한 파렴치와 불통(不通)의 권력은 앞으로도 더욱 반동적 모습을 보일 게 분명하지만 평범한 국민의 작은 실천들은 그 모든 수구의 뻘짓들을 이겨낼 것이라 나는 믿는다. 그게 지금까지의 인간의 역사였고, 우리가 경험으로 검증해 온 필연적 결과가 아니었던가? 때가 찼고, 전선은 형성되었다. 남은 것은 저항과 실천 뿐이다.[인천작가회의 문계봉]